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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하루10

국화 매년 가을 아버님의 일 년 농사의 결실이 우리 집 거실에 피어져 있다. 올 해는 아주 작은 쪼꼬미 화분이 앙증맞은 봉우리 매달고 놓여 있다. 아버님은 일 년 농사라고 말씀하시며 국화 분재를 여러 개 가꾸시고는 선물을 하신다. 올 해는 비가 많고 해님을 많이 못 봐 개화가 조금은 늦어졌다. 그래서 아직 우리 모리(아이가 붙여 준 화분 이름)가 무슨 색 꽃을 가진 국화인지 모른다. 올해 아버님을 떠난 다른 국화 분재들이 새 주인에게 이쁨 많이 받으며 예쁜 꽃을 더 화사하게 빛냈으면 한다. 다른 어느 때 보다도 더 활짝 피었으면 한다. 활짝 핀 국화를 상상하면 마음속이 쨍한 노란 국화처럼 밝아지는 것 같다. 우리 집 모리는 빛을 많이 못 봐 살짝 시들해져서 맘이 무겁다. 2020. 11. 8.
점점 못 때지고 있다. 예전 학창 시절 친구들은 내가 잘 웃고 얘길 잘 들어주고 착하다고 한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난 그랬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맘을 품었고 내 얘길 떠들만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런데 요즘 난 점점 더 말도 많고 내 생각만 하고 작은 거 하나에도 속이 답답해 터질 것처럼 화가 난다. 어제는 글을 쓰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난 못 땠었다. 자전거를 못 타는 나여서 공원에서 사륜자전거라도 가족들이랑 타고 싶었는데 그걸 알아보는 신랑이 좀 건성이었다고 느껴진 거다. 지금은 빌릴 수 없다고 말하고는 언제 와야 되는지 어떻게 하겠다는지 말이 없고 아이랑 연을 사서 연을 날리는 거다. 할 일 없는 난 그저 햇빛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 앉는 수밖에... 다른 사람들이 심지어 꼬맹이도 잘 타는.. 2020. 9. 23.
2007.12.13 일요일 세수만 간단히 하고 자는 아이는 잠옷 차림 그대로 깨워서 시댁에 점심 먹으러 갔다. 결혼한지는 꽤 됐지만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다는 걸 아는 우리 아버님께서 그냥 만들어 놓은 추어탕만 끓여서 먹으면 된다고 나를 안심시켜주신다. 냉장고에 있는 각종 반찬들 꺼내놓고 밥도 미리 안쳐 놓으셔서 진짜 차리기만 하면 되는 점심상이었다. 그렇게 밥 다 먹고 설거지를 하다가 그냥 싱크대 상부장을 봤다. 유리로 되어 있어 안이 보이는데 쓰지 않는 유리컵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그 자리에서 수 없이 설거지를 했지만 처음 보는 메모지 한 장. '2007년 12월 13일 밥솥 바킹 바꿈' 2007년이면 난 우리 신랑 만날 때도 아니고 우리 어머님 돌아가신 때도 아니다. 우리 어머님은 내가 결혼하고 3년.. 2020. 9. 22.
그냥 가만히 있어두 빛이 났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을까? 그 땐 다른건 모르겠고..ㅜㅜ 손 하나는 참 예뻣다~!!가늘고 길었으며 손톱도 다듬지 않아두 가지런한게 내 맘에 속 들었더랬지... 손톱두 너무 바짝 깎으면 아파서 살짝 남겨 놓고 깎아야 했고 그랬기에 손이 더 길고 예뻐 보였더랬다. 알록달록 매니큐어는 너무 화려해서 나와 맞지 않아 늘 손톱 빛 옅은 색을 공들여 칠하고 호호 입 바람 불어 말리고 나면 자꾸만 보고 싶은 내 손이 되었는데... 예전 내가 아주 어릴적 우리 엄마 40대 시절에 엄마의 나이가 느껴지는 손을 보고 깜짝 놀랬던 적이 있었다. 그동안 눈치채지 못한 엄마의 세월이 손은 비껴가지 못하고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동안이라 생각했던 엄마였는데 엄마도 나이가 드시는구나 싶어 어린.. 2020.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