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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하루

점점 못 때지고 있다.

by haru~^^ 2020. 9. 23.

예전 학창 시절 친구들은 내가 잘 웃고 얘길 잘 들어주고 착하다고 한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난 그랬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맘을 품었고 내 얘길 떠들만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런데 요즘 난 점점 더 말도 많고 내 생각만 하고 작은 거 하나에도 속이 답답해 터질 것처럼 화가 난다.

어제는 글을 쓰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난 못 땠었다.

자전거를 못 타는 나여서 공원에서 사륜자전거라도 가족들이랑 타고 싶었는데 그걸 알아보는 신랑이 좀 건성이었다고 느껴진 거다. 지금은 빌릴 수 없다고 말하고는 언제 와야 되는지 어떻게 하겠다는지 말이 없고 아이랑 연을 사서 

연을 날리는 거다. 할 일 없는 난 그저 햇빛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 앉는 수밖에... 다른 사람들이 심지어 꼬맹이도 잘 타는 자전거를 그저 부럽게 한참을 보다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신랑이 내키지 않으니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힘들어서 적극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화가 났다... 가라앉지 않고 계속 화가 났다.... 걸으면 좀 가라앉을 까 싶어 걸었는데도 가는 곳마다 사륜자전거 타는 사람이 보여 더 화가 났다.... 어디냐고 전화 온 신랑한테 틱틱... 나중엔 왜 그래? 하는 신랑한테 '심심해서' 투명스레 대답하고는 계속 화를 냈다... 집에 와선 계속 잤다. 애 하루 종일 봐주고 집에 와선 밥까지 해준 신랑인데.... 밥 먹은 거 다 치워주고 또 애랑 놀아 주는 신랑인데.... 가라앉지 않는다.. 자꾸 화가 났다..... 왜 이렇게 화가 나지 생각해 보다가 알아냈다. 나중에 더 화가 난 이유는.. 자전거 못 타서 화난 건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데... 그저 신랑이 적극적이지 않다고 한건 그냥 내 생각이고 그럴 사람이 아닌 걸 내가 잘 아는데... 그 걸로 이렇게 티를 내고 화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내가 싫어서 그리고 이런 속 좁은 모습을 신랑한테 보여주게 된 게 너무 화가 났던 거다. 

아침에 혼자 일어 나서 출근한 신랑을 생각하니, 어제 밥 먹고 정리된 주방을 보니, 어제 간간히 들 리더 신랑 한숨 소리를 생각하니 미치게 미안해서 또 화가 났다. 

난 어릴 때랑 다르게 왜 이렇게 못 때진 걸까? 생각하니 또 화가 난다...

난 왜 이렇게 속 좁아진 걸까?

혹시 치매인가? 치매 중에 난폭해지는 증상이 있다던데 초기 증상이 못 때 지는 걸까?

 

지금도 신랑한테 들킨 내 못 땐 모습이 많이 부끄러운데 어쩌지?

우리 신랑한텐 항상 좋은 사람이었음 하는데..

아~지우고 싶은 내 못 땐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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